[인터뷰] 양현상 박사 “방위사업청, 무기 획득 넘어 미래 방위산업 설계자로 거듭나야”

AI·우주·첨단기술 중심으로 획득체계 혁신…K-방산 4대 강국 도약 위한 정책 전환 필요

대한민국 방위산업이 글로벌 시장에서 새로운 성장 기회를 맞고 있다. K-방산의 수출 확대와 함께 인공지능(AI), 우주, 무인체계, 첨단소재 등 미래 국방기술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방위사업청의 역할과 기능에도 변화가 요구되고 있다. 이제 방위사업청은 단순히 무기체계를 획득하고 사업을 관리하는 기관을 넘어 미래 전력의 방향을 설계하고, 국가 방위산업의 경쟁력을 견인하는 전략적 컨트롤타워로 발전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양현상 박사(NOVA-X 대표·홍익대 대학원 국AI융합학과 교수)는 방위사업청의 미래 역할에 대해 "K-방산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서는 무기체계의 수출 성과를 넘어 기술주권 확보와 산업생태계 혁신을 동시에 추진해야 한다"며 "방위사업청이 미래 국방기술과 방위산업의 발전 방향을 제시하는 국가전략기관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양 박사와 함께 방위사업청의 미래 비전과 대한민국 방위산업의 발전 방향을 살펴봤다.

 

Q. 방위사업청이 앞으로 가장 중점적으로 추진해야 할 변화는 무엇이라고 보는가.

A. 방위사업청의 가장 중요한 과제는 획득 중심의 행정체계에서 미래기술과 산업을 선도하는 전략체계로 전환하는 것이다. 과거 방위사업은 무기체계의 국산화와 전력 증강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전쟁의 양상이 완전히 달라지고 있다. AI, 무인체계, 우주, 위성통신, 반도체, 로봇과 첨단소재가 미래 전장의 핵심 경쟁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앞으로는 개별 무기체계의 성능뿐 아니라 센서와 데이터, 통신, AI가 연결되는 통합전투체계의 경쟁력이 중요해질 것이다. 따라서 방위사업청은 현재 필요한 무기를 확보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10년, 20년 후 미래 전장의 변화를 예측하고 선제적으로 기술과 전력을 준비해야 한다. 방위사업청의 정책적 역할 자체가 한 단계 진화해야 하는 시점이다.

 

Q. 최근 방위사업청도 신속·개방형 획득체계와 방산 AI 대전환을 강조하고 있다. 어떻게 평가하는가.

A. 올바른 방향이라고 생각한다. 특히 민간의 첨단기술을 국방 분야에 신속하게 적용하는 획득체계 혁신은 더 이상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민간에서는 AI와 로봇, 드론, 자율주행, 위성통신 등 다양한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국방 분야는 복잡한 소요기획과 연구개발, 시험평가, 획득절차로 인해 기술 적용에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는 경우가 있다. 이러한 간극을 줄이려면 공모형 획득과 애자일(Agile) 방식의 단계적 개발, 신속시범사업 등을 확대해야 한다. 완성된 기술만 기다리는 방식에서 벗어나 초기 기술을 군에서 실증하고 지속적으로 성능을 개선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중요한 것은 제도를 만드는 데 그치지 않고 실제 현장에서 작동하도록 하는 것이다. 기술의 발전 속도에 맞춰 획득체계도 유연해져야 한다.

 

양현상 박사

 

Q. K-방산의 성장과 함께 산업생태계 강화가 중요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A. K-방산의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높이려면 대형 체계기업 중심의 성장에서 벗어나 산업생태계 전체가 함께 성장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방위산업은 완성된 무기체계만으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핵심 부품과 소재, 반도체, 소프트웨어, 센서, 정밀기계, 시험평가와 정비 분야까지 연결되는 산업 기반이 중요하다. 특히 중소·벤처기업의 우수한 기술이 실제 무기체계에 적용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기술개발에 성공하더라도 군 실증이나 시험평가, 체계 적용 과정에서 진입장벽을 넘지 못하면 산업적 성과로 이어지기 어렵다. 방위사업청은 중소기업의 기술개발부터 군 실증, 사업화, 양산, 수출까지 이어지는 전주기 지원체계를 강화해야 한다.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협력도 단순한 납품 관계가 아니라 공동 기술개발과 글로벌 공급망 진입으로 확대되어야 한다.

 

Q. 방산수출 전략은 어떤 방향으로 발전해야 하는가.

A. 이제 방산수출은 무기체계를 판매하는 단계를 넘어 국가 간 산업협력으로 발전하고 있다. 기술이전과 현지생산, 공동개발, 후속 군수지원, 유지·보수·정비(MRO) 등이 중요한 경쟁요소가 되고 있다. 한국도 단순한 완제품 수출에서 벗어나 상대국의 산업기반과 기술수준, 국방환경에 맞는 협력모델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글로벌 방산 공급망에 국내 기업들이 참여할 수 있도록 전략적인 접근이 필요하다. 방위사업청은 국방부와 산업통상 관련 부처, 외교·금융기관을 연결하는 범정부 협력체계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 수출계약을 성사시키는 것뿐 아니라 수출 이후 장기적인 산업협력과 후속지원까지 설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

 

Q. 방위사업청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 개선해야 할 부분은 무엇인가.

A. 방위사업의 투명성과 공정성은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 국가안보와 국민의 세금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기업의 부정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 다만 제재의 실효성과 사업의 안정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 행정제재가 반복적인 법적 분쟁과 집행정지 절차로 실효성을 잃지 않도록 제도를 보완할 필요가 있다. 또한 방위사업의 경쟁구조도 중요하다. 일부 핵심 무기체계에서 특정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아지면 정부의 사업관리와 협상력에도 제약이 생길 수 있다. 그렇다고 단순히 기업 간 경쟁을 확대하는 것만이 해답은 아니다. 기술력과 생산능력을 갖춘 기업을 지속적으로 육성해 경쟁과 협력이 균형을 이루는 산업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Q. 마지막으로 방위사업청이 지향해야 할 미래 비전을 제시한다면.

A. 방위사업청의 미래 비전은 명확해야 한다. 첫째, 무기체계 획득기관에서 미래 전력과 기술을 설계하는 기관으로 발전해야 한다. 개별 방산기업 지원을 넘어 국가 방위산업 생태계를 육성하는 기관이 되어야 한다. 방산수출을 국가 간 기술·산업협력으로 확대하는 전략적 역할을 수행해야 한다. 대한민국이 글로벌 방산 4대 강국으로 도약하려면 수출액과 수주 규모만으로는 부족하다. 독자적인 핵심기술과 안정적인 공급망, 경쟁력 있는 중소·벤처기업, 우수한 연구개발 인력을 확보해야 한다.

 

결국 방위산업은 국방과학기술, 첨단산업, 경제안보가 결합된 국가전략산업이다. 방위사업청이 이러한 변화를 선도하는 정책기관으로 자리매김할 때 K-방산의 경쟁력도 지속될 수 있다. 양 박사는 "K-방산의 진정한 경쟁력은 오늘 얼마나 많은 무기를 수출했느냐가 아니라 미래 세계가 필요로 하는 기술과 산업을 얼마나 먼저 확보하느냐에 달려 있다"며 "방위사업청이 미래 국방과학기술과 산업생태계를 설계하는 전략적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작성 2026.11.06 21:16 수정 2026.11.06 2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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